곽영신 법조전문기자

필자가 처리해본 실제 사례를 들어 말해본다.
A사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해서 초기에 자금과 인력이 모두 부족했다. 그러나 대표이사를 필두로 설립 당시부터 함께 했던 직원들의 유대가 깊었기 때문에 소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고 하는 수년간의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고 현재는 견실한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강소기업이 되었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매출도 이익도 급성장한 A사지만, 설립 초기에는 자본금이 필요했기 때문에 벤처 캐피탈(VC)로부터 외부 투자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 A사에는 초기 단계에서 투자한 벤처 캐피탈 2곳이 주주로 존재했다. 그리고 사업 초기 단계에 필요했던 장기 거래처에도, 비용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돈 대신 A사 주식을 대금으로 지급해서, 해당 거래처 역시 외부 주주로 존재하고 있었다.
한편, A사 대표이사는 어려운 시절을 보내며 함께 했던 임직원들에게 보답하고자, 임직원들에게도 A사 주식을 나눠줬다. 그러다 보니 필자에게 업무 문의가 들어왔던 시점에서는 최대주주(대표이사)의 소유지분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져 있던 상태였다. 회사가 꾸준히 성장하여 A사는 사업수익만으로 외부 투자 없이 사업 지속이 가능했고, 오히려 초기에 투자한 VC들과의 주주간 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각종 의무사항들이 지속적인 업무부담으로 고충이 된 상황이었다.
VC들도 비상장 주식 가치평가만으로도 투자금의 10배가 넘는 평가수익이 발생한 상태였는데, A사는 당장 기업공개(IPO)를 할 예정도 아니었기 때문에 VC로부터 주식을 사달라는 요청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A사는 사업 성공으로 인하여 보유현금도 충분했기 때문에, 필자와 논의하여 자사주 매입을 최종 결정하게 되었다.
자사주 매입이란 회사가 매수주체가 되어 주주들로부터 자기주식을 매수하는 상법상의 절차이다. 비상장 회사의 경우 통상 자사주 매입을 하기 위해 이사회의 결의와 주주총회 결의가 필요하고(정관의 규정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상법 시행령상의 절차를 준수하여야 하며, 특정 주주에게서만 회사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적법한 자사주 매입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주주에게 동일하게 주식을 팔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하며, 매입 수량보다 신청 수량이 더 많다면 공모주에서의 원리와 동일하게 매도 신청한 주식수 비율대로 매입해야 한다. 이러한 절차 준수는 기본이자 필요한 사항이지만(위법한 자사주 매입이 이루어질 경우 세무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사주 매입의 목적과 그를 통하여 기대하는 효과를 확실하게 검토하고 회사와 주주의 사정에 맞게 매입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A사의 경우는 자사주 매입의 목적을 ‘소각’으로 정하고 자사주 매입을 완료하였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의 목적을 일시보유로 하는 것도 가능하다. 소각이냐 일시보유(유통)이냐의 실무상 가장 큰 차이는 회사에 주식을 매도하는 주주 입장에서 매각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부담하는지(일시보유), 의제배당으로 종합소득세를 부담할 수 있는지(소각)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으면, 자사주 매입을 시행하더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보유하는 경우 자기주식에 대해서는 의결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는 자사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들의 실질 의결권 비율이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A사의 경우에도 자사주 매입 이전에는 과반수를 넘지 못하던 최대주주의 의결권이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이후에는 과반수를 초과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효과 역시 자사주 매입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할 사항이 된다(최대주주가 주주총회 보통결의 사항을 결정할 수 있는 과반수 이상의 의결권 또는 특별결의 사항을 결정할 수 있는 2/3 이상의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하나의 기준이 될 것이다).
비상장 회사의 경우 주식이 자주 거래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 가격은 주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의 규정에 따른 비상장 주식 시가평가 방법에 따라 결정된다. 매매사례가액이 있을 경우 그에 따르지만, 없을 경우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라 자산가치 및 손익가치를 가중평균하여 계산한다. 자사주 매입을 위한 주식가치 평가는 주로 세무사나 회계사 또는 감정평가사와 협업하여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변호사의 역할은 위와 같이 자사주 매입와 관련된 여러가지 제반사정들을 파악하여 당사자의 상황에 맞게 가장 필요하고 적절한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업무의 시작부터 끝까지 적법성을 유지하면서 법적 위험을 최대한 피할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들을 처리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협업을 통하여 다각도로 상황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사주 매입 절차를 단순히 서류작성 대행처럼 처리하는 방식으로는 법률상 위험을 피하기도 어렵고 진정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A사는 성공적으로 자사주 매입 및 법인등기변경신청을 완료하였고, A사 최대주주 및 관계자분들은 자사주 매입의 효과와 법적 고려사항을 충분히 파악하여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였으며, 그 결과 성공적으로 자사주 매입 및 법인등기변경신청까지 완료하였다. 필자는 세무법인과 함께 공동으로 A사에 최대주주 지분율을 보완할 수 있는 추가적인 대안까지 제안하였으나, 그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 다루도록 하겠다.
비상장 회사가 자기주식 매입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능력(보유 현금 또는 차입 가능성)이 있어야 하고, 동시에 주주가치 제고나 주식 지배구조 변경(주식 소유지분 또는 분산구조에 대한 변경)을 위한 필요가 함께 존재해야 한다. 지배구조가 지나치게 분산되어 있거나, 외부 주주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거나, 상속 및 증여 등 승계를 위한 계획이 필요한 경우 등 자사주 매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은 여러가지가 있다. 자사주 매입 하나만을 대안으로 삼기보다는, 경영진의 입장에서 고려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 중의 하나로 자사주 매입도 포함하여 전체적인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사이버타임즈(cybertimes)=곽영신 법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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