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정 경기동부거점장

우리나라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컨설팅’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낯설고 불편한 울림을 준다. 실제로 많은 대표들은 컨설팅을 듣는 순간부터 거부감을 먼저 드러낸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과거 경험과 사례에서 비롯된 실망이 누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계약 단계에서는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다”는 장담으로 시작했지만, 막상 실행에 들어가면 차일피일 시간을 끌거나 아예 연락이 두절되는 무책임한 모습들이 빈번했다. 자연스럽게 컨설팅에 대한 신뢰도는 하락했고, 대표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시작하지 않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문제는 필요성 자체까지도 간과되는 점이다. 중소기업은 규모가 작을 뿐, 다루어야 할 경영 과제는 대기업과 다르지 않다. 세금, 노무, 재무 관리, 자금 조달, 기술 투자, 해외 시장 진출 등 기업 경영의 주요 주제들은 모두 동일하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전문 인력을 충분히 채용할 여력이 부족하다. 결국 대표가 직접 현장을 챙기면서 동시에 재무 관리와 전략적 의사결정까지 떠안아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결코 작지 않다. 세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불필요하게 세금을 초과 납부하는 사례, 법적 절차를 인지하지 못해 각종 불이익을 받는 사례는 빈번하다. 지원금과 전용대출 등 중소기업에 제공되는 다양한 정부 지원제도 역시 활용되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는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도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접근 경로가 분산돼 있어 대표 스스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대표는 뒤늦게 문제를 발견하고, 이미 늦었다는 자책감 속에서 장기적인 부담을 떠안는다.
이처럼 경영상 과제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방법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대표들이 컨설팅을 회피하는 이유는 ‘신뢰 부재’와 ‘비용 부담’이라는 두 축으로 요약된다. 검증되지 않은 일부 컨설팅사들의 무분별한 영업 행위가 시장 전반에 부정적 인식을 심어 놓았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또한 전문가가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 프로젝트의 범위를 고려했을 때, 합리적 산정이더라도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컨설팅 비용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특히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준(準)컨설팅 서비스조차 영업의 성격이 강해, 대표들이 느끼는 피로도는 오히려 더 커졌다.
따라서 중소기업 대표에게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컨설팅 회피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선별하는 안목이다. 컨설팅사를 평가할 기준은 비교적 명확하다. 실제 매출 규모와 재무 건전성, 내부 시스템의 체계성, 경영 전 분야에 걸친 통합적 접근 가능 여부, 계약 시 제시되는 구체적 실행계획 및 일정, 성과 지연 시의 책임 규정 등이 그 핵심이다. 즉, 단순히 “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라 실행계획과 책임 구조가 제도적으로 마련돼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검증 과정을 거치면 대표가 느끼는 피로도와 배신감은 상당 부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컨설팅을 비용 중심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투자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세무 전략을 통해 불필요한 납부액을 줄이거나 정부 지원제도 활용률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컨설팅 비용은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 또한 인사, 노무,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발생하는 장기적 이익은 단순히 비용 절감을 넘어 기업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현재 글로벌 환경은 중소기업에게 더욱 가혹하다. 미국의 통상 압박, 중국의 기술 추격, 원자재 가격 변동성 등은 경영상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 대표 개인의 경험과 직관에만 의존한 의사결정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 전문적 데이터 분석과 제도 활용, 전략적 대응 체계가 필요하며, 이를 현실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주체가 바로 ‘검증된 컨설팅’이다.
물론 컨설팅 업계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금융권 영업 중심이 아닌, 전문성을 갖춘 인력과 체계적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 단기적 수익을 추구하기보다, 중소기업의 안정적 성장과 생존을 돕는다는 사명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컨설팅 업계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길이기도 하다. 결국 중소기업과 컨설팅사가 상생 구조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국가 경제 전체의 건전성을 높이는 일이다.
결국 컨설팅의 본질은 단순한 ‘외부 조언’이 아니다. 그것은 대표 혼자 감당할 수 없는 복잡한 경영 환경을 분담하고, 객관성을 확보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주는 동반자의 역할이다. 중소기업 대표가 가져야 할 새로운 역량은 ‘모든 것을 직접 해결하는 힘’이 아니라 ‘좋은 파트너를 골라내는 눈’이다. 올바른 컨설팅과의 만남은 비용 지불이 아니라 기업 생존을 위한 투자이자, 더 나아가 미래 지속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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