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식 조세전문기자
[사이버타임즈(cybertimes)=김식 조세전문기자]

가업승계를 위한 세법상 지원제도에는 대표적으로 가업상속공제와 가업승계 주식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가 있다.
둘 모두 중소·중견기업의 세대교체를 돕겠다는 정책 목표를 공유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가업을 승계하는 경우, 일반적인 상속·증여세보다 훨씬 유리한 세 부담으로 경영권을 이전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두 제도 모두 사후관리 요건이 붙어 있고, 이를 위반하면 이미 받은 세제 혜택이 추징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닮아 있다.
당연히 차이점도 있는데, 적용 시점이 다르다.
가업상속공제는 말 그대로 ‘상속’ 단계에서 작동하는 제도로, 대표자가 사망해 상속이 개시된 이후에 후계자에게 가업을 승계할 때 사용할 수 있다. 반면,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는 ‘생전 증여’를 전제로 한다. 대표자가 생존해 있는 동안 자녀 등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일반 증여세보다 대폭 낮은 세율과 별도의 공제를 인정해 주는 방식이다.
또한, 공제·혜택의 구조와 규모가 다르다.
가업상속공제는 요건만 충족한다면 가업상속재산가액을 최대 600억 원까지 통째로 공제해 준다. 상속공제만으로도 사실상 상속세가 거의 없어지거나 크게 줄어드는 구조다.
반면,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는 증여 시점에 10억 원까지만 공제해 주고, 남은 금액에 대해서는 10~20%라는 낮은 세율로 과세한다. 그리고 이 증여분은 나중에 상속이 개시될 때 ‘사전증여재산’으로 다시 합산되어 상속세 계산에 들어간다. 표면적으로 보면 공제 600억과 공제 10억 + 낮은 세율 + 사전증여 합산이니, 단순 숫자만 보면 상속공제가 훨씬 좋아 보인다.
그렇다면 가업상속공제는 600억 원까지 공제되는데, 공제 혜택도 작고 나중에 상속세 계산에 다시 합산까지되는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를 굳이 쓸 이유가 있나?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겉으로만 보면 당연히 상속공제가 좋아 보인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증여세 과세특례가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상황이 분명히 존재한다.
첫 번째 상황은 ‘갑작스러운 사망 리스크’를 관리하고 싶은 경우다.
많은 기업에서 대표자는 곧 회사 그 자체다. 대표자의 사망이 곧 회사의 위기로 직결된다. 만약 아무 준비 없이 대표자가 급작스럽게 사망하면, 법적으로는 상속이 개시되어 상속공제를 검토할 수 있겠지만, 실무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문제가 터진다. 누가 실제로 회사를 이끌 것인지, 형제·자매 간 지분과 경영권 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등으로 주요 거래처와 직원들이 불안감을 느껴 기업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이때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는 ‘대표자의 생전 의사를 반영한, 질서 있는 승계’를 설계하는데 의미가 있다. 대표자가 살아 있을 때 후계자를 명확히 정하고, 주식 일부를 미리 넘겨 지분구조와 의사결정 구조를 다듬어 두면, 돌발 상황이 생기더라도 최소한 “누가 이 회사를 책임지는가”에 대한 시장과 조직의 불안은 줄일 수 있다. 세금만 놓고 보면 공제금액은 상속공제보다 작지만, 경영 공백·분쟁·신뢰도 하락에 따른 ‘보이지 않는 비용’을 생각하면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두 번째 상황은 ‘기업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 거의 확실한 경우’다.
이런 회사는 상속 시점에 가업상속공제를 최대한 써도 상속세가 상당히 나올 수 있다. 가령 현 시점 기업가치가 200억인데 10년 뒤 800억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라면, 지금 기준으로 상속공제와 나중 기준으로 상속공제를 비교해 보면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증여세 과세특례를 활용하면, 아직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을 때 증여세를 ‘저율’로 확정해 두는 효과가 있다. 증여재산 200억에 대해 10억 공제 후, 10~20% 세율로 증여세를 먼저 낸다면, 이후 기업가치가 800억, 1,000억으로 뛰어도 그 증가분에 대해서는 추가 과세를 하지 않는다. 나중에 상속이 개시될 때 사전증여재산으로 합산은 되지만, 이미 낸 증여세만큼은 공제되고, 결정적으로 높은 세율 구간에서 폭발적으로 세금이 늘어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따라서 성장성이 큰 기업의 경우 지금 적당히 내고, 미래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전체 세부담 측면에서 훨씬 유리할 수 있다.
세 번째로, 가족관계와 지분구조가 복잡한 경우도 증여세 과세특례의 출구전략을 고민해볼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자녀가 둘 이상이고, 가업을 승계받을 자녀는 한 명이라고 하자. 대표자가 생전에 증여세 특례를 활용해 ‘경영자 자녀’에게 경영권이 실질적으로 집중되도록 지분을 정리해 두고, 비경영 자녀에게는 다른 자산(부동산·현금·기타 금융자산 등)으로 균형을 맞추는 설계를 미리 해두면 상속 당시의 분쟁 가능성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세금만 보면 상속공제의 효과가 더 크지만, 가족과 회사가 치러야 할 ‘비세무적 비용’을 감안하면 생전 증여 전략이 더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
정리하자면, 가업상속공제는 조건이 맞는다면 가장 강력한 한 방이다.
경영기간이 길고, 가업의 대부분을 상속으로 넘길 계획이며, 승계자가 확실하다면 세금 측면에서는 이만한 제도가 없다. 반면,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는 미리, 점진적으로, 리스크를 나누어 가는 전략이다.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인한 경영 공백과 분쟁 위험을 줄이고 싶거나, 기업가치 급상승이 예상되어 상속공제를 써도 세금이 많이 나올 상황, 혹은 가족·지분 구조가 복잡해 사전 정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는 증여세 특례가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세무사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떤 제도가 더 좋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각 제도의 장단점을 충분히 이해한 뒤, 그 회사의 재무구조, 성장성, 가족관계, 후계자의 준비 정도까지 모두 고려해 최적의 조합을 찾는 일이다. 때로는 상속공제만으로 충분한 기업이 있고, 때로는 증여세 특례를 먼저 활용한 후 나머지를 상속공제로 마무리하는 복합전략이 더 나은 기업도 있다. 공제한도 숫자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10년·20년 후를 내다본 시나리오별 세부담과 비세무 리스크까지 시뮬레이션해 보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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