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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타임즈(cybertimes)=김경태 영상전문기자 / 스틸라이프필름 대표]



[오피니언] 우후죽순 'AI 영화제', 영화인가 기술 시연회인가?
- 서사는 없고 '프롬프트'만 남았다... 영상 제작자가 본 AI 영화제의 씁쓸한 현주소

지난 칼럼에서 나는 '이니셜 D' AI 실사화 영상을 통해, AI가 영상 제작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훌륭한 '도구'임을 역설했다. 하지만 도구가 훌륭하다고 해서, 그 도구로 만든 모든 결과물이 '예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AI 영화제'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지자체마다, 기업마다 "미래 영상 산업을 선도한다"며 앞다퉈 간판을 내건다. 영상 제작자로서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환영이다. 하지만 작금의 AI 영화제 출품작들을 보고 있노라면, 기대보다는 깊은 우려와 피로감이 앞선다.

냉정하게 말해보자. 지금의 AI 영화제는 '영화제(Film Festival)'인가, 아니면 생성형 AI의 성능을 자랑하는 '기술 시연회(Tech Demo)'인가?



'신기함'에 갇힌 영상들... 이야기는 어디 갔나?


영화(Movie)의 본질은 '움직이는 이미지(Moving Image)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다. 화려한 CG나 특수효과는 그 이야기를 돕는 수단일 뿐이다.

하지만 현재 AI 영화제 수상작 중 상당수는 '주객전도'의 전형을 보여준다. "와, AI로 이런 질감까지 표현했어?", "카메라 워킹이 생성형 비디오치고는 자연스러운데?"라는 기술적 감탄사는 나오지만, 정작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데?"라는 질문에는 침묵한다.

기괴하게 변형되는 몰핑(Morphing) 영상의 나열, 의미를 알 수 없는 몽환적인 이미지의 연속, 그리고 그 위에 얹혀진 뻔한 AI 내레이션. 이것은 '영화'라기보다 '프롬프트 입력 결과 보고서'에 가깝다. 관객은 감독의 철학을 보는 것이 아니라, 미드저니(Midjourney)와 런웨이(Runway)의 업데이트 성능을 확인하고 있는 셈이다.



'영상 문법'의 실종, 누구나 감독이 될 수 있다는 함정


AI 기술은 영상 제작의 진입 장벽을 혁명적으로 낮췄다. 누구나 감독이 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이다. 하지만 '진입'이 쉽다고 해서 '완성'도 쉬운 것은 아니다.

현업 영상 제작자의 눈으로 볼 때, 많은 AI 영화들이 범하는 가장 큰 오류는 '영상 문법(Cinematic Grammar)'의 무시다. 컷과 컷 사이의 리듬감, 감정선을 고려한 샷의 사이즈(Shot Size) 배분, 사운드와 영상의 유기적인 결합 같은 기본기가 무시된 채, 그저 '예쁜 AI 그림'만 덕지덕지 이어 붙인다.

단순히 텍스트를 입력해 영상을 뽑아내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연출(Directing)이 아니다. 감독이라면 AI가 뱉어낸 무작위의 결과물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1초를 건져내기 위해 수백 번 수정하고 조립하는 '장인의 고집'이 있어야 한다. 지금의 AI 영화제는 이 치열한 고민의 과정보다는, AI가 우연히 만들어준 '그럴듯한 껍데기'에 너무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AI는 '장르'가 아니라 '도구'다


초창기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 '스마트폰 영화제'가 유행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스마트폰 영화'라는 장르를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은 그저 촬영 도구 중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AI 영화제도 마찬가지 길을 가야 한다. "AI로 만들어서 대단하다"는 시기는 곧 끝난다. 앞으로는 "AI를 썼는데도 불구하고, AI인 줄 모를 정도로 이야기가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영화제의 심사 기준부터 바뀌어야 한다. 어떤 최신 툴을 썼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느냐'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기술은 발전할수록 투명해져야 한다. 관객의 눈에 기술이 먼저 보인다면, 그 영화는 실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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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6-01-25 09: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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