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진 경기서부거점장
[사이버타임즈(cybertimes)=오수진 경기서부거점장]

계절이 바뀔 때 가장 먼저 변화를 느끼는 것은 날씨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이다. 해가 짧아지고 기온이 내려가면 이유 없는 무기력과 우울감, 수면 변화가 찾아온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단순한 기분 문제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계절성 우울증이라는 이름으로 설명되는 흔한 현상이다.
계절성 우울증은 일조량 감소와 활동량 변화로 생체리듬이 흔들리면서 나타난다. 이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몸과 마음의 속도가 계절에 맞게 변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절이 달라져도 이전과 같은 에너지와 성과를 유지하려 애쓴다. 이 간극 속에서 마음은 점점 지쳐간다.
음악치료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계절의 영향을 고스란히 안고 온다. 말수는 줄고, 선택하는 음악의 템포는 느려지며, 음역은 낮아진다. 흥미로운 점은 자신의 상태를 말로는 설명하지 못해도 음악을 통해서는 이미 변화를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몸과 마음은 생각보다 먼저 계절을 ‘듣고’ 있다.
인간의 몸은 본래 리듬으로 이루어져 있다. 심장 박동과 호흡, 수면과 각성의 주기까지 모두 음악적 구조를 닮아 있다. 계절의 변화는 이 리듬의 속도와 강도를 바꾼다. 음악치료는 이를 억지로 끌어올리기보다, 지금의 상태에 맞게 다시 조율하는 과정이다. 느린 템포의 음악은 긴장을 낮추고, 반복적인 리듬은 안정감을 회복하도록 돕는다.
일상에서도 음악은 좋은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아침에는 단순하고 밝은 리듬으로 하루를 열고, 저녁에는 가사에 부담이 없는 느린 음악으로 하루의 속도를 낮춰보자. 중요한 것은 기분을 바꾸려 애쓰기보다,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음악을 선택하는 일이다.
계절성 우울증은 약함의 증거가 아니다. 그것은 몸과 마음이 보내는 정직한 신호다. 계절이 바뀔 때 옷을 갈아입듯, 마음에도 조율의 시간이 필요하다. 음악은 그 조율을 가장 부드럽게 시작할 수 있는 언어다.
계절의 변화 앞에서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리듬에 귀 기울여보길 바란다.
요즘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그 감정은 충분히 이해받아도 된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는 누구나 조금 느려지고, 조금 더 지칠 수 있다. 오늘의 마음을 한 단어로 표현해도 좋고, 하루를 버티게 해준 작은 순간을 떠올려도 좋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괜찮아도 된다”는 조용한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음악치료사 오수진 | 마음의 리듬을 다루는 음악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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