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 영상전문기자
바야흐로 '대(大) AI 시대'입니다. 챗GPT가 소설을 쓰고, 미드저니가 그림을 그리며, 소라(Sora)가 영상을 만들어냅니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경이롭다 못해 두렵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현업에서 영상 제작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최근 이 기술을 대하는 대중과 클라이언트의 인식에는 우려스러운 지점이 있습니다.
바로 '딸깍'이라는 의성어로 대변되는, 창작에 대한 지나친 단순화입니다.
많은 이들이 AI 시스템의 등장을 보며 "이제 마우스 클릭 한 번, '딸깍'이면 모든 영상과 이미지가 뚝딱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고 쉽게 생각합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누구나 그럴싸한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업계의 지형도는 급격히 바뀌고 있습니다. 단순히 툴(Tool) 기능만 익힌, 소위 '실력이 낮은' 디자이너들은 시장에서 도태되고 있습니다.
대신 기업들은 AI를 능수능란하게 다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슈퍼 디자이너' 한 명을 남기려는 추세입니다. 문제는 이 '효율'을 '쉬움'으로 착각하는 데서 발생합니다.
AI를 조금이라도 깊이 다뤄본 사람이라면 압니다. 그 '딸깍' 한 번에 원하는 결과물이 완벽하게 나오는 경우는 '절대'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가 보는 완성도 높은 AI 생성물은 수많은 실패의 결과값입니다. 원하는 톤 앤 매너를 맞추기 위해 프롬프트(명령어)를 수십 번 수정하고, 생성된 장면의 어색한 부분을 고치기 위해 인페인팅(In-painting)을 반복하며, 영상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재생성'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즉, AI 창작 역시 고도의 기획력과 집요한 수정 과정이 필요한 엄연한 '전문 영역'입니다.
더구나 영상 제작의 본질은 책상 위 모니터 안에만 있지 않습니다. 현장의 땀방울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스케치 촬영, 행사 현장의 돌발 상황, 뮤직비디오 촬영 등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물론 현장에서 불가능한 판타지적 요소를 AI가 구현해 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공기, 피사체의 감정, 그 순간의 떨림을 포착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눈과 감각입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딸깍'의 환상이 업계의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AI 쓰면 금방 되잖아요?"라며 터무니없는 제작 기간과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단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창작이라는 고유의 가치가 폄하되고, 결과물의 퀄리티를 담보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걱정스러운 것입니다.
하지만 불평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기술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고, 되돌릴 수 없습니다. 결국 이 '딸깍'의 오해를 풀고, 올바른 이해를 돕는 것 또한 우리 영상 제작자들의 몫입니다.
"AI는 마법 지팡이가 아니라, 성능 좋은 '엔진'일 뿐입니다.
그 엔진을 어떤 방향으로 몰고 갈지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운전대를 잡은 '인간'입니다."
우리는 클라이언트에게 증명해야 합니다. 당신이 원하는 최상의 결과물은 AI라는 도구 자체가 아니라, 그 도구를 쥐고 수없이 고민하고 수정하며 최적의 컷을 만들어내는 '전문가의 손길'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딸깍' 소리 뒤에는 수천 번의 고민이 숨어 있습니다. 그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 AI 시대, 우리 영상인들이 나아가야 할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