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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마음을 끝까지 따라가는 일, 우리가 놓치고 있는 마음의 신호들 - 괜찮다고 말할수록 더 깊어지는 마음의 이야기 - 말로 다 전해지지 않은 감정의 이야기
  • 기사등록 2026-04-06 16:39:35
  • 기사수정 2026-04-06 16: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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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버타임즈(cybertimes)=이선정 경기중부거점장]

이해와 개입 사이에서, 상담가는 어디에 서야 하는가

심리치료의 현장은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공간이 아니다. 그곳은 한 사람이 자신의 진짜 마음을 마주하는 과정이자, 때로는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감정을 발견해가는 여정이다. 김향숙 교수는 그 여정의 곁을 지키는 사람으로서, 늘 ‘어디까지 함께해야 하는가’라는 질문 앞에 선다.


“심리상담을 하다 보면, 내담자분들은 주로 심리적인 어려움을 가지고 오세요. 그런데 그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자연스럽게 학습, 진로, 직업 같은 사회적 적응으로 관심이 옮겨갑니다. 그럴 때마다 상담사로서 어디까지 개입하는 것이 적절한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녀가 말하는 또 하나의 어려움은 ‘모든 상담은 처음’이라는 점이다. 비슷한 문제는 존재하지만, 완전히 같은 사례는 없다.


“늘 새로운 케이스를 만나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매번 다시 공부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제 부족함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들이 어렵기도 합니다.”

 


 

첫인상, 그 사람의 삶을 말해주는 단서

김 교수는 내담자를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이 ‘첫인상’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단순히 외형을 보는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이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읽어내는 하나의 단서이기 때문이다.


“링컨이 ‘40대가 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잖아요. 실제로 상담 현장에서 만나보면, 말보다 먼저 그 사람의 삶이 모습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녀는 잠시 기억을 더듬으며 한 장면을 떠올린다. 추운 날씨에도 맨발로 상담실을 찾았던 40대 여성 내담자였다.


“그분을 처음 마주하는 순간, 단순히 특이하다는 느낌이 아니라 ‘이분이 얼마나 오랫동안 자신을 돌보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몸을 돌보지 않는 상태는 결국 마음의 상태와도 연결되어 있거든요.”


상담은 그렇게, 말로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 내담자가 어떤 표정으로, 어떤 자세로, 어떤 방식으로 공간에 들어오는지. 그 모든 것은 지금의 삶의 상태이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신호이기도 하다. 김 교수에게 첫 만남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그 사람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읽어내는 순간이다.

 

 

 

가장 긴장되는 순간, “괜찮아요”라는 말… “괜찮다”는 말 뒤에 숨겨진 진짜 감정

오랜 임상 경험 속에서 김향숙 교수는 한 가지 공통된 장면을 자주 마주한다고 말한다.
내담자는 “괜찮다”고 말하지만, 그 말이 반드시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 순간이다.

“내담자의 고통이 분명 존재하는데, 겉으로는 오히려 덜 드러나기 시작할 때가 있어요. 갑자기 ‘이제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순간이죠. 그런데 그 말이 회복이 아니라 단절이나 포기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녀가 특히 기억에 남는 사례 역시, 그 ‘말과 감정의 간극’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성인 자녀와의 관계 문제로 상담을 시작한 50대 여성 내담자. 밝고 적극적이며 주도적이고 의식적인 성향이 강한 분이었다. 상담은 보다 자연스럽게 무의식에 접근하기 위해 모래놀이치료로 진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내담자는 모래상자 안에 한 장면을 구성했다. 오랜 기간 치매를 앓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내담자분은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완성된 모래상자 안에는 그 말과는 전혀 다른 정서, 깊은 슬픔이 담겨 있었습니다.”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던 내담자는 그제서야 감정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이후 상담은 자연스럽게 애도 과정으로 이어졌고, 10회기 이상 상담이 지속되었다. 처음에는 “슬프지 않다”고 말하던 사람이, 상담이 깊어질수록 몇몇 회기에서는 말을 잇지 못한 채 오랜 시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동안 충분히 표현되지 못했던 감정이 뒤늦게 드러난 거죠.” 이후 내담자는 어머니를 향한 감정을 온전히 애도하는 과정을 거치며, 자신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고, 처음 문제로 제시했던 자녀와의 관계 역시 별도의 직접적 개입 없이 자연스럽게 호전되었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를 바로 다루지 않았는데도, 내면의 핵심 감정이 정리되면서 관계까지 함께 풀린 사례였습니다.” 김 교수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한 가지를 분명히 말한다. 상담에서 중요한 것은 내담자의 ‘말’이 아니라, 그 말 뒤에 있는 ‘정서’라는 것. 특히 깊은 감정이 드러난 직후나 상담 관계에 긴장이 생긴 이후, 혹은 종결을 앞둔 시점에서 내담자는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 이 시기에 “괜찮다”는 말은 때로 가장 위험한 신호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저는 그런 순간일수록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 위험 신호를 더 정교하게 평가하려고 합니다. 필요하다면 보호 자원과 안전 계획까지 포함해 체계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상담은,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는 작업을 넘어
 말로 표현되지 않은 마음의 흐름까지 끝까지 따라가는 일이다.

 

그녀가 말하는 ‘괜찮다’는 말은, 그래서 가장 깊이 들어가야 할 문장이다.

 

 

 

치료가 어려운 순간과 빠르게 변화하는 순간

김향숙 교수는 상담의 난이도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내담자의 자발성’을 꼽는다.


“누군가의 권유로 상담실을 찾은 분들은 처음부터 마음을 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사의 권유로 온 학생이나, 배우자의 요청으로 온 경우처럼요. 이런 경우에는 초기 관계 형성이 쉽지 않고, 특히 1회기에서 신뢰를 만들지 못하면 상담이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상담이 시작되었지만, 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 그것이야말로 상담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조건 중 하나다.


반대로, 예상보다 빠르게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 역시 분명히 존재한다. 그 출발점 역시 다르지 않다.

“초기 상담에서 관계가 잘 형성되면, 내담자분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적용하는 힘이 빠르게 살아납니다. 상담자가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거죠.” 이때 상담은 더 이상 ‘도와주는 과정’에 머물지 않는다. 내담자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재구성해 나가는 과정으로 전환된다.


“그럴 때는 저도 놀랄 만큼 빠르게 변화가 나타나기도 합니다.”결국 상담의 속도와 깊이를 결정짓는 것은 기법 이전에 ‘관계’다. 그리고 그 관계는, 상담이 시작되는 첫 순간부터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

 

 

 

가족, 변화의 속도를 결정짓는 요소

치료 과정에서 가족의 역할은 단순한 ‘주변 요소’가 아니라, 변화의 방향과 속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다. 김향숙 교수는 상담의 효과를 이야기할 때, 개인의 노력만큼이나 ‘환경’의 영향을 강조한다.

“성인의 경우에도 가족이 상담을 이해하고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 변화가 훨씬 빠르게 일어납니다. 상담에서 다루는 내용이 일상에서도 지지받기 때문이죠.”


실제로 상담실에서 얻은 통찰이 가정 안에서 반복되고 지지될 때, 내담자의 변화는 훨씬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다. 반대로, 상담실에서는 분명히 변화의 흐름이 보이는데 일상으로 돌아가는 순간 다시 원래의 패턴으로 되돌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내담자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하고 돌아갔는데 가족이 ‘왜 갑자기 저래’라며 받아주지 않는다면, 그 변화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이럴 경우 김 교수는 무조건적인 관계 유지보다, 때로는 ‘거리 두기’ 역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도움이 되지 않는 환경이라면, 내면이 어느 정도 단단해질 때까지는 물리적·정서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래야 상담에서 만들어진 변화가 무너지지 않거든요.”


특히 아동 상담에서는 가족, 그중에서도 부모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아동은 주 1회 40분 상담만으로 변화되기 어렵습니다. 결국 아이가 살아가는 대부분의 시간은 가정 안에 있기 때문에, 부모가 함께 변하지 않으면 상담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에서는 이런 장면도 자주 반복된다. 아이의 문제 행동으로 상담을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부모의 양육 방식이나 가족 간 상호작용이 핵심 원인인 경우다.


“아이만 바꾸려고 하면 변화는 금방 멈춥니다. 부모가 아이를 이해하는 방식이 바뀌고, 반응이 달라질 때 비로소 아이도 함께 변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상담은 한 개인만을 다루는 작업이 아니다. 그 사람을 둘러싼 관계와 환경까지 함께 바라볼 때, 비로소 변화는 현실이 된다.

 

 


상담은, 보이지 않는 것을 끝까지 따라가는 일

김향숙 교수에게 상담은 단순한 문제 해결의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내담자가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했던 감정을 발견하고, 삶의 본질적인 문제와 마주하도록 돕는 일이다. 겉으로 드러난 말이 아닌, 그 이면에 머물러 있는 감정을 읽어내는 것. 그리고 “괜찮다”는 말조차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끝까지 살피는 것.


상담은 결국,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는 작업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마음의 흐름을 따라가며 그 사람의 삶을 다시 이해해가는 과정에 가깝다. 그렇기에 김 교수에게 상담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머무르지 않는다. 매 순간 새롭게 시작되고, 매번 다른 깊이로 이어진다.


그녀는 오늘도, 말로 다 드러나지 않은 마음의 결을 따라가며 한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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