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한국선 '재무설계'가 '보험판매'로…해외 제도 비교로 본 구조적 원인 - 미국 신의성실의무·영국 RDR·호주 FOFA로 자문과 판매 분리…한국 IFA는 2017년 도입 후 등록 '0'건
  • 기사등록 2026-06-30 09:57:55
  • 기사수정 2026-06-30 12:20:39
기사수정


[사이버타임즈(cybertimes)=김충환 금융전문기자]


가계의 자산과 부채, 은퇴와 세금, 상속을 종합적으로 설계하는 재무설계(financial planning) 서비스가 한국에서는 사실상 보험을 비롯한 특정 금융상품 판매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이를 설계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보상 구조의 문제로 진단한다. 자문에 대한 대가를 고객이 내는 자문료가 아니라 상품을 판매한 금융사가 지급하는 수수료(커미션)에 의존하는 구조가, 자문의 결론을 판매로 수렴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 주요국은 이 이해상충을 제도로 차단해 재무설계를 독립된 전문 서비스로 정착시킨 반면, 한국은 관련 제도를 도입하고도 작동시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신의성실의무(fiduciary duty)와 수수료 전용(fee-only) 모델을 양대 축으로 삼고 있다. 미국에서 종합 재무설계를 담당하는 등록투자자문업자(RIA)는 1940년 제정된 투자자문업법(Investment Advisers Act of 1940)에 따라 등록되며, 법적으로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신의성실의무를 진다. 이는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을 권하면 되는 적합성 기준(suitability)보다 높은 의무로, 고객의 최선의 이익에 반하는 추천을 금지한다. 공인재무설계사(CFP) 역시 CFP 보드의 윤리강령에 따라 재무자문을 제공할 때 신의성실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보상 측면에서는 오직 고객에게서만 보수를 받고 상품 판매 커미션을 일절 받지 않는 fee-only 모델이 신뢰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40년 역사의 전미개인재무자문협회(NAPFA)가 이 원칙을 표준으로 유지해 왔으며, 보수는 운용자산 비율 방식(통상 100만 달러 이하 포트폴리오에 연 1% 안팎), 시간당 보수(중간값 약 300달러), 구독형 정액제(연평균 약 4,500달러) 등으로 형성돼 있다고 미국 금융정보업체 스마트에셋(SmartAsset)은 전했다.


영국과 호주는 판매 수수료 자체를 법으로 금지하는 더 강한 방식을 택했다. 영국은 2012년 말 시행한 소매분배검토(RDR)를 통해 투자상품 판매 시 자문업자의 커미션 수취를 전면 금지하고, 자문 비용을 고객에게 명시적으로 설명해 합의된 보수만 받도록 했다. 또 자문을 '독립자문(independent)'과 '제한자문(restricted)'으로 구분 표기하도록 했다. 호주는 2013년 7월 시행한 미래금융자문법(FOFA)으로 이해상충적 보상인 커미션과 판매량 연동 보수를 금지하고, 자문업자에게 고객의 이익을 자신의 이익보다 앞세우는 최선이익의무(best interests duty)를 부과했다. 호주 증권투자위원회(ASIC)가 2021년 생명보험 자문 파일을 검토한 결과 42%가 고객 최선의 이익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호주 소비자단체 초이스(CHOICE)는 밝혔다. 다만 이런 규제가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의 2024년 금융생활조사(Financial Lives Survey)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연금·투자 관련 자문을 받은 성인은 9%에 그쳐,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계층만 자문을 받는 '자문 격차(advice gap)'가 나타났다. 이에 FCA는 2025년 '타깃 지원(targeted support)'이라는 새로운 자문 단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도 유사한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2016년 '자문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2017년 5월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을 통해 독립투자자문업자(IFA) 제도를 시행했다. 금융사에 소속되지 않고 고객에게서 자문료를 받는 독립 자문업자를 양성해 판매사와 투자자 간 이해상충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투자자문업자 최소 자본금 요건도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낮췄다.


그러나 제도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자본시장포커스 보고서에서 2017년 5월 IFA 제도 도입 이후 2년이 지난 시점까지 IFA 등록이 전무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후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아,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제도 시행 4년이 넘은 2021년까지도 금융감독원에 등록한 독립투자자문업자는 한 곳도 없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IFA가 활성화되지 못한 주요 원인으로 기존 일반 투자자문업자와의 제도적 차별성 부족, 불투명한 수익성, 낮은 인지도를 꼽았다.


수익성과 자문 범위의 한계가 특히 컸다. 한 국내 투자자문사 대표는 서울경제에 "일반 투자자에게만 자문료를 받아서는 시장성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판매사로부터 받는 커미션을 포기하는 대신 고객에게 위탁금의 1% 미만 수준의 자문 수수료만 받아야 하는 구조여서 사업 유지가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제도 도입 당시 IFA의 자문 대상에서 보험과 연금이 제외된 점도 결정적 한계로 지적됐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금융업계에서는 "예금, 주식, 펀드에서부터 보험, 상속에 이르는 원스톱 투자자문 기능을 갖고 있어야만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같은 보도는 1988년 IFA 제도를 도입한 영국에서는 IFA가 펀드뿐 아니라 보험·연금을 모두 취급하며, 2011년 기준 영국 생명보험·연금 시장에서 IFA 판매채널 비중이 75.4%, 개인연금 판매액의 89.1%에 달했다고 전했다. 재무설계의 핵심 영역인 보험·연금을 다루지 못하는 한국 IFA는 출발부터 반쪽짜리였던 셈이다.


시장 환경도 독립 자문의 정착을 어렵게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서울경제에 "우리나라는 영국과 달리 증권사 등과 제휴를 맺은 투자권유대리인이 많다"며 "금융사 창구에서 상품 설명도 다 해주고 온라인 정보도 많다 보니 굳이 수수료를 내고 독립투자자문업자를 찾을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자문은 무료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시장에서 유료 독립 자문 모델이 뿌리내리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결국 해외에서 재무설계가 독립된 전문직으로 제도화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신의성실의무라는 법적 책임과 수수료 금지·fee-only라는 보상 구조를 통해 자문과 판매를 분리한 제도 설계가 있었다. 반면 한국은 자문의 대가를 고객이 아니라 판매사가 지불하는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 가운데, 이를 대체할 IFA 제도마저 보험·연금 배제와 수익성 부재로 작동하지 못했다. 다만 영국의 자문 격차 사례가 보여주듯 수수료 금지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일반 소비자가 합리적 비용으로 자문에 접근할 수 있는 보완 장치까지 함께 설계돼야 한다는 점이 과제로 남는다.




































































































































































































































#재무설계 

#financialplanning 

#독립투자자문업자 

#IFA 

#신의성실의무 

#수수료금지 

#RDR 

#FOFA 

#보험설계 

#김충환사이버타임즈금융전문기자 

#김충환케이몬드라곤금융전문기자 

#김충환선진주민발전정책위원회 

#더바른아이앤브이앤컴퍼니 

#김충환PB 

#김충환 

#핀커넥터 

#한금연TV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6-06-30 09:57:55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건강 성공기] “몸의 변화가 곧 삶의 기적입니다”
  •  기사 이미지 “우주·모빌리티·AX·글로벌 포럼까지”… 화성특례시 주최 「MARS 2026」
  •  기사 이미지 천일홍 가득 양주 나리농원”, 가을을 즐기는 사람들
최신뉴스더보기
경기도돌봄
북수원신협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