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타임즈(cybertimes)=김재욱 영상전문기자]
스마트폰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때, 화면 어딘가에 HDR이라는 글자가 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대부분은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기본으로 켜진 상태 그대로 촬영한다. 그러나 이 작은 기능 하나가 결과물을 크게 좌우한다. 필자는 촬영할 때 HDR을 항상 끈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HDR이 무엇인지부터 짚어보자.
HDR은 High Dynamic Range, 즉 높은 명암 표현 범위를 뜻한다. 원리는 이렇다. 카메라가 한 장면을 찍을 때 밝기가 다른 여러 장의 사진을 순간적으로 촬영한 뒤, 그것을 합성한다. 밝은 부분은 어둡게 찍은 사진에서, 어두운 부분은 밝게 찍은 사진에서 가져와 하나로 겹치는 것이다. 그 결과 밝은 하늘과 어두운 그림자가 한 화면에 모두 선명하게 담긴다. 역광에서 인물과 배경이 모두 살아나는 사진, 그것이 HDR의 대표적인 효과다.
이렇게만 보면 HDR은 켜두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실제로 일상적인 스냅 사진, 풍경 사진에서는 유용하다. 명암 차이가 큰 장면을 한 번에 담아내니, 별다른 고민 없이 무난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HDR을 끄는 이유는 바로 그 무난함 때문이다.
HDR은 카메라가 알아서 명암을 조정한다. 문제는 그 조정이 촬영자의 의도와 무관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어두워야 할 부분을 카메라가 임의로 밝혀버리고, 강조하고 싶었던 밝은 부분을 눌러버린다. 필자가 의도한 것보다 더 과한 노출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림자의 깊이로 분위기를 잡으려 했는데, HDR이 그 그림자를 들어올려 평평하게 만들어버리는 식이다.
더 큰 문제는 편집 단계에서 드러난다. HDR로 촬영한 영상이나 사진은 이미 카메라가 명암을 한 번 손댄 상태다. 그 위에 다시 색을 잡고 노출을 조정하려 하면, 이미 합성으로 뭉개진 계조가 부자연스럽게 무너진다. 카메라가 좋게 만들어준 결과물이 오히려 후보정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필자가 편집할 때 애를 먹는 지점이 정확히 여기다.
그래서 필자는 촬영 단계에서 최대한 손대지 않은 원본을 확보하는 쪽을 택한다. 때로는 일부러 로그(LOG) 촬영을 하기도 한다. 로그는 명암과 색을 최대한 평평하게, 정보를 최대한 많이 담아 기록하는 방식이다. 촬영 직후에는 화면이 뿌옇고 밋밋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편집으로 끌어낼 수 있는 정보가 가득 들어 있다. HDR이 카메라가 완성해주는 결과물이라면, 로그는 편집자가 완성하는 재료인 셈이다.
결국 HDR을 켤지 끌지는 목적에 달려 있다. 찍은 그대로 바로 쓰고 싶다면, 후보정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면 HDR은 켜두는 편이 낫다. 카메라가 알아서 무난한 결과물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촬영 후 직접 색과 노출을 잡아 자신만의 톤을 만들고 싶다면, HDR은 끄는 것이 맞다. 통제권을 카메라에 넘기지 않고 촬영자가 쥐는 것이다.
좋은 결과물은 카메라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촬영자가 만드는 것이다. HDR이라는 편리한 자동 기능 앞에서, 한 번쯤 그것을 끄고 직접 빛을 다뤄보길 권한다. 그 불편함 속에서 비로소 자신만의 화면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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