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환 경기권역장

"중소기업이 원하는 정책은 무엇인가." 최근 발표된 조사 결과가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놨다. 세금 부담 완화가 1위, 금융 지원이 2위였다. 얼핏 평범한 설문 결과로 보일 수 있지만, 이 응답의 무게는 최근 발표된 다른 공식 통계들과 겹쳐 놓고 보면 확연히 달라진다. 한국은행이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렸고,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통계 집계 이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중소기업이 '돈'을 가장 절박하게 원하는 시점에, 정부는 오히려 돈을 조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소상공인을 제외한 중소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중소기업 경영애로 및 2026년 하반기 경기전망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활력 제고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세금 부담 완화'가 19.9%로 1위를 차지했다. '금융 지원'이 18.8%로 근소한 차이의 2위였다. 이어 인력난 해소(15.0%), 원자재·물류 수급 안정화(13.2%), 노동정책 유연화(11.3%), 환율변동 대응 지원(7.7%), 기업활동 규제 완화(5.3%), 수출 및 판로지원(3.1%)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 규모별로 살펴보면 절박함의 차이가 뚜렷하다. '세금 부담 완화'는 매출액 15억원 미만 기업(24.5%)과 종사자 수 10인 미만 기업(24.6%)에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금융 지원' 역시 매출액 15억~80억원 미만(21.3%), 종사자 수 10인 미만(21.5%), 종사자 수 10~50인 미만(19.8%) 기업에서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꼽혔다. 반면 매출액 500억원 이상 기업은 '원자재·물류 수급 안정'(17.8%)을 상대적으로 더 시급하게 여겼다. 규모가 작을수록 세금과 자금이라는 '생존의 문제'에 몰려 있고, 규모가 클수록 '경영의 문제'로 관심이 이동하는 양상이다.
같은 조사에서 하반기 경기 전망은 상반기보다 다소 개선됐다. 하반기 경기 전망에서 '악화'라고 응답한 비율은 37.0%로 상반기 대비 11.4%포인트 줄었고, '호전' 응답은 12.8%로 5.4%포인트 늘었다. 다만 국내 경영 애로 요인으로는 원자재가격 상승(27.6%), 내수부진(18.5%), 인건비 상승(14.5%), 인력 수급난(8.5%) 순으로 나타나 근본적인 경영 부담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이 설문조사의 함의는 며칠 지나지 않아 발표된 또 다른 통계로 뒷받침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7월 12일부터 18일까지 3,044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7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 결과,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SBHI)는 78.2로 전월 대비 1.4포인트 하락했다. SBHI는 중소기업의 경기 인식을 지수화한 지표로, 100 이상이면 긍정적으로 응답한 업체가 더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78.2라는 수치는 여전히 부정적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6월 경기전망지수는 79.6으로 2개월 연속 하락 이후 상승 전환했지만, 7월 들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제조업은 82.5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건설·서비스업을 포함한 비제조업은 76.3으로 2.1포인트 떨어지며 전체 하락을 이끌었다. 대기업 중심의 반도체 수출 호황과 달리, 다수의 중소기업과 서비스업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체감 경기 악화를 호소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자료에서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기준금리를 2.75% 수준에서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의 첫 금리 인상이며, 지난해 5월 인하 이후 이어져 온 14개월간의 동결 국면을 끝내고 긴축으로 방향을 튼 결정이다. 특히 이번 결정은 금융통화위원 7명 전원이 찬성한 만장일치 인상으로, 위원들 사이에 이견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당분간 긴축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기준금리 인상은 자금 조달 비용에 민감한 중소기업에 곧바로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출금리와 예금금리가 기준금리를 따라 움직이는 구조이기 때문에, 안 그래도 자금난을 호소하던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자 비용 상승이라는 또 하나의 변수를 떠안게 된 셈이다. 실제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앞선 중기중앙회 조사 발표 자리에서 "기업이 체감하는 내수 경기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까지 인상되면 중소기업엔 퇴로가 없다"며 "이자 비용 인하, 중소기업 지원, 이자 대출 조건 완화 같은 경영 부담을 낮춰주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이미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5월 말 기준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은 평균 0.51%로, 4월 말보다 0.05%포인트, 지난해 말보다 0.14%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포함된 중소기업 대출의 부실화가 두드러졌는데, 5대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5월 말 기준 평균 0.73%로 관련 통계 집계가 가능한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중소기업 연체율은 지난해 말 0.50%에서 올해 4월 0.65%로 오른 데 이어, 5월 한 달 동안 0.08%포인트 추가 상승하며 오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KCD)가 발표한 '2026년 1분기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를 보면 상황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올해 1분기 국내 개인사업자의 총 대출 잔액은 732조 2,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조원(0.4%)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은행권 대출은 433조원으로 전 분기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대출은 299조원으로 3조원(1.0%) 늘어, 자금 조달 창구가 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확인됐다.
연체 규모도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올해 1분기 개인사업자의 연체 대출금액은 14조 6,000억원으로 집계돼 전 분기보다 1조 6,000억원(12.6%) 증가했다. 은행권 연체액은 2조 7,000억원, 비은행권은 11조 9,000억원으로 나타나, 비은행권 부실이 압도적으로 컸다. 대출을 보유한 개인사업자 360만 8,000개 사업장 가운데 50만 1,000개(13.9%)는 이미 폐업 상태였으며, 폐업 사업장의 평균 대출 잔액은 6,435만원, 평균 연체금액은 742만원으로 조사됐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국세청 통계를 바탕으로 발표한 '2025년도 폐업자 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사업자는 97만 6,000개로 전년 대비 3만 2,000개 감소했고 폐업률은 8.64%로 전년보다 0.40%포인트 낮아졌다. 다만 업종별 편차는 컸다. 폐업률이 가장 높은 업종은 소매업(15.40%)이었고, 전기·가스·수도업이 3.29%로 가장 낮았다. 주요 폐업 사유는 사업부진이 49만 2,000개로 1위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40세 미만 청년 폐업이 27만 7,000개, 40~50대가 46만개, 60세 이상이 23만 8,000개로 집계됐고, 수도권 폐업이 54만 8,000개로 지역별 격차도 뚜렷했다.
같은 조사에서 폐업 소상공인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 수익성 악화·매출 부진이 폐업 사유 1순위(70.9%)로 나타났고, 응답자의 64.4%는 정상 매출 대비 40% 이상 감소했을 때 폐업을 결심했다고 답했다. 폐업 시 이용한 정부 지원제도 가운데 희망리턴패키지 이용률이 75.5%로 가장 높았지만, 현장에서는 이것만으로는 폐업 이후 생계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는 중소기업의 투자와 성장 촉진을 위한 세제 지원 방안이 담겼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이 자리에서 "일명 K자형 양극화 극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때 특별세액감면 혜택의 급격한 축소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 제7조는 감면 업종을 경영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2028년 12월 31일 이전에 끝나는 과세연도까지 소득세 또는 법인세의 일정 비율을 감면하고 있으며, 연 감면한도는 1억원(상시근로자 수 감소 시 차감)으로 규정돼 있다. 중기부는 2026년 중소기업 정책자금으로 4조 4,300억원을 공급한다고 밝힌 바도 있다.
중기중앙회 설문에서 중소기업이 세금과 금융을 나란히 1·2순위로 꼽은 것은 막연한 불만이 아니라, 실제 통계로 뒷받침되는 절박한 요구였다. 한국은행이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2.75%로 올리며 자금 조달 비용에 부담을 더한 시점에,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개인사업자 연체 대출금액은 한 분기 만에 12.6% 늘었다. 폐업의 절대다수가 '사업부진'과 '매출 감소'를 이유로 꼽고 있다는 점을 함께 놓고 보면, 지금 중소기업계가 요구하는 것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아니라 당장의 생존을 위한 세금과 자금 부담의 완화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정부의 하반기 세제 개편 방향이 실제 현장의 자금 압박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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