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환 경기권역장

정책을 평가하는 기준은 방향이 아니라 신뢰다. 방향이 옳아도 예고 없이 시행되고, 발표된 내용이 한 달 만에 바뀌고, 약속한 결과가 현실과 어긋난다면 시장과 국민은 그 정부를 신뢰하기 어려워진다. 이재명 정부의 금융·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정확히 이 세 지점에서 불거지고 있다.
한국갤럽의 10월 3주 조사(10.13~15, 전국 만 18세 이상 약 1,000명, 표본오차 ±3.1%p)에 따르면 대통령 직무 긍정 평가는 39%, 부정 평가는 52%였다. 부정 평가 이유 1위는 부동산 정책으로 19%를 차지했다. 8월 4주에 27%, 10월 2주에 18%, 10월 3주에 19%로 비율은 소폭 등락하고 있지만 1위 자리는 유지되고 있다. 다만 같은 기간 국방·안보·대북(15%)과 경제·민생·주식 대응(12%)이 올라왔다는 점에서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부동산 하나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
부동산 정책 논란의 핵심은 예고 없는 즉시 시행이다. 2025년 6월 27일 발표된 6·27 가계부채 대책은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 한도 6억 원, 6개월 내 전입 의무, 전세대출 보증비율 90%→80% 축소 등을 담았는데 대부분 다음 날인 6월 28일부터 바로 시행됐다. 같은 해 10월 15일의 10·15 대책은 더 광범위했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시·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한꺼번에 묶었고 무주택자 LTV는 70%에서 40%로 낮아졌으며 15억 원 초과 주담대 한도는 4억 원, 25억 원 초과는 2억 원으로 제한됐다. 스트레스 금리는 1.5%에서 3%로 두 배 올랐다. 계약을 앞두고 있던 실수요자의 자금 계획이 발표 당일 단번에 바뀐 셈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금까지 총 7차례의 부동산 관련 방침을 발표했다고 세계일보는 전했다.
세제 분야의 신뢰 문제는 더 직접적이다. 2025년 7월 말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종목당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강화하는 안이 나왔지만 약 6주 뒤 대통령이 "굳이 고집할 필요 없다"는 발언을 했고 이후 철회 방향으로 정리됐다. 2026년 8월 3일에는 ISA 계약기간 제한 및 납입한도 이월 폐지, 비거주 1주택 종부세 기본공제 축소 등을 담은 세제개편안이 발표됐다. 그러나 ISA 관련 제한은 8월 7일 재검토 지시가 전해진 뒤 9월 1일 국무회의에서 제외됐다. 비거주 1주택 종부세 기본공제도 당초 9억 원에서 결국 12억 원으로 조정됐다. ISA 계좌가 1,000만 개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추진된 규제가 한 달 만에 철회된 것이다. 머니투데이는 정부가 2년 연속 세제안을 고쳐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보도했다. 빠른 수정을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확정되기 전까지는 믿기 어렵다"는 학습이 쌓이게 된다. 정책은 내용이 아니라 다시 바뀔 가능성으로 평가받는 순간부터 신뢰를 잃는다.
결과 수치는 더 가혹하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86주 연속 상승하며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10·15 대책 이후 1년(2025.10.20~2026.10.5)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상승률은 10.41%였다. 성북구 16.51%, 서대문구 14.40%, 강서구 14.39%, 구로구 13.69%, 영등포구 13.55%로 강남권이 아닌 외곽·중저가 지역의 상승폭이 더 컸다. 전문가들은 이를 규제가 수요를 억제하지 못하고 중저가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풍선효과로 분석했다. 전세가도 같은 기간 9.96% 올랐다. 10월 7일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 양측에서 동시에 비판이 나왔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매매·월세·전세가 함께 오르는 트리플 강세는 재난 수준"이라고 지적했고,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년·신혼부부가 선호하는 아파트가 아닌 비아파트 매입임대를 공급하는 방향이 수요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주식시장 급락을 정부 정책 탓으로 돌리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은 명확히 해야 한다. 10월 15일 코스피 하루 7.57% 급락의 직접 원인은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을 웃돈 것, AI 투자 수익화에 대한 의문, 외국인의 반도체 순매도 약 3조 6,241억 원이었다. 삼성전자는 하루 9.48%, SK하이닉스는 11.06% 빠졌다. 정책이 급락의 주범이라고 지목된 보도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거래 쏠림과 세제 번복이 정책 신뢰를 흔든 간접 요인으로 거론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10월 12~16일 반대매매 합계는 약 3,135억 원이었고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같은 기간 2조 359억 원 줄었다.
정부의 반론도 살펴봐야 균형을 맞출 수 있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강남3구와 용산이 이미 하락 전환했고 연말로 갈수록 서울 상승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착공은 올해 1~8월 전년 동기 대비 41.1% 증가했고, 갭투자 비중도 2025년 10월 37.9%에서 2026년 8월 6.1%로 낮아졌다는 통계도 제시됐다. 공급 부족의 원인이 지난 3년간의 인허가·착공 부진에 있다는 진단은 통계로도 일정 부분 뒷받침된다. 문제는 시차다. 착공이 늘어도 입주로 이어지기까지 통상 2~3년이 걸린다. 올해 수도권 입주 예정은 약 10만 5,000가구로 최근 10년 평균 약 18만 가구 대비 40% 이상 적다.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과 유권자의 신뢰가 소모되는 시간이 어긋나는 것이 이 정부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문제다.
앞으로 가장 가까운 변수는 네 가지다. 10월 22일 금통위와 10월 27~28일 FOMC, 12월 31일 토지거래허가구역 만료 여부, 4분기 수도권 착공 이행, 정기국회 세제 확정이다. 한국은행은 8월 27일 기준금리를 3.00%로 2연속 인상했으며 가계부채와 자산시장 과열을 우려 사유로 언급했다. 토허제를 해제할 경우 공급이 부족하고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집값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다수다. 9·7 공급대책의 2030년 수도권 연 27만 가구 착공 목표는 1~8월 기준으로 연간 목표의 32.4%에 그치고 있어 4분기에 얼마나 착공이 몰릴지가 관건이다.
개인 투자자와 부동산 수요자 입장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 방향에 대한 판단보다 내 계약과 대출이 어떤 규정 아래 놓여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일이다. 변동금리 대출의 이자 부담, 수도권 규제지역 6개월 내 전입 의무, 토허구역 2년 실거주 의무, 세제개편안의 국회 확정 여부, 신용·레버리지 투자 비중이 하락장에서 감내 가능한 수준인지. 이 다섯 가지를 점검하는 것이 정책 논쟁보다 실질적으로 유용하다. 정책이 바뀌는 시기일수록 큰 결정은 분산하고 확정되지 않은 정부안으로 세금이나 대출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신뢰는 방향에서 갈리지 않는다. 얼마나 미리 알렸는지, 말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결과가 약속과 얼마나 가까운지에서 갈린다. 이재명 정부에게 남겨진 과제는 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세 가지를 회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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