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환 경기권역장

10월 한 달, 코스피는 16% 넘게 빠졌다. 5월 7,822에서 10월 30일 5,730. 같은 기간 5대 은행 정기예금엔 24조 원이 넘는 돈이 흘러들어왔다. 언론은 이것을 '역머니무브'라 불렀다.
그런데 20년 가까이 이 일을 하면서 내가 본 건 조금 다르다. 돈은 숫자를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마음을 따라 움직인다.
5월에 "뭘 더 살까요?" 묻던 사람이 10월엔 "다 팔고 예금에 넣을까요?"로 바뀐다. 시장이 바뀐 건 맞다. 그런데 그 사람이 바뀐 건 아니다. 바뀐 건 마음의 온도다.
행동경제학은 이미 이 장면을 설명해 뒀다. 카너먼과 트버스키(1979)는 같은 크기여도 손실이 이익보다 훨씬 아프게 느껴진다는 것을 보였다. 오딘(1998)은 개인 투자자가 오른 종목은 빨리 팔고 빠진 종목은 못 판다는 것을 증명했다. 베나치와 탈러(1995)는 계좌를 자주 볼수록 위험 자산을 더 피하게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문제는 '마음 편한 선택'에도 가격이 있다는 것이다. 9월 예금 평균금리 3.45%, 세후 2.9%. 10월 소비자물가 2.8%. 1억 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한 해 실질 수익은 12만 원 안팎이다. 편안함은 가치지만, 그게 얼마짜리인지는 알고 선택해야 한다.
빠지는 장에서 필요한 건 더 나은 종목이 아니다. 돈에 이름표를 붙이는 것이다. 막는 돈(보험), 지키는 돈(1~3년), 키우는 돈(5년 이상). 이름표가 붙으면 하나였던 큰 불안이 세 개의 작은 질문으로 쪼개진다.
정책 뉴스는 11월이 가장 시끄럽다. 세제개편안은 아직 국회 조세소위 심사 중이다. 법이 아니다. 8월 기사를 보고 계산했다면 지금은 틀릴 수 있다. 비거주 1주택자 종부세 공제 9억 환원안과 세부담 상한 200%안은 이미 철회됐다.
수익률은 시장이 주고, 수익은 마음이 지킨다. 흔들리는 장에서 가장 비싼 판단 실수는 아픔을 피하려고 손실을 확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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