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환 경기권역장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사는 광역자치단체가 돈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2026년 경기도 총예산은 42조 2,053억 원. 웬만한 중소국가 국방예산과 맞먹는 규모다. 그런데 경기도가 2022년 이후 5년 가운데 4번이나 예산을 깎는 감액 추경을 편성했다는 사실은, 이 거대한 금고에 정작 열쇠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수치는 냉정하게 말한다. 경기도가 직접 징수하는 지방세(도세)는 2025년 결산 기준 15조 4천억 원이다. 42조짜리 살림에서 도 스스로 벌어들이는 돈이 37%에 불과하고, 용도가 이미 정해진 보조금이 20조 2천억 원으로 도세보다 많다. 쉽게 말해, 경기도는 중앙정부가 허락한 용도로만 써야 하는 돈을 집행하는 창구 역할을 절반 이상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그 15조짜리 자체 세원마저 뿌리가 약하다는 데 있다. 도세의 51.1%가 취득세이고, 24.8%는 국세인 부가가치세를 배분받는 지방소비세다. 합산하면 도세의 4분의 3이 경기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에 달려 있다. 취득세는 부동산 거래량에 따라 출렁이고, 지방소비세는 도의 징수 노력과 무관하게 중앙정부가 나눠주는 몫이다.
부동산 시장이 그 취약성을 숫자로 보여줬다. 2021년 취득세 징수액은 10조 9,302억 원이었다. 부동산 호황의 절정이었다. 그러나 2022년 금리 인상과 거래 위축이 시작되면서 취득세는 급락했고, 2025년엔 7조 8,473억 원으로 약 3조 1천억 원이 사라졌다. 경기도는 2022년부터 감액 추경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고, 5년 누계 삭감액은 4조 6,481억 원에 이른다. 이미 편성한 사업을 줄이거나 미루는 것이 감액 추경의 실질이므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 서비스로 돌아온다.
여기에 중앙정부 재정 배분 구조의 모순이 겹친다. 보통교부세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족분을 메워주는 핵심 이전재원이지만, 경기도는 2017년부터 불교부단체다. 재정력지수가 1.15로 "여유 있는 단체"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지수가 계산되는 방식이 문제다. 경기도에 적용되는 단위비용은 서울·인천이 아닌 일반 광역도 수준이다. 공무원 인건비 단위비용은 경기도 5,500만 원, 서울 6,754만 원, 인천 6,506만 원이다. 수도권 대도시의 행정 수요가 비용에 반영되지 않은 채 "재정 여력이 있다"는 판정을 받는 구조다.
결과는 역설이다. 재정력지수는 전국에서 가장 여유 있다고 보지만, 불교부단체인 까닭에 지방세가 급감해도 보전받을 장치가 없다. 2021년보다 도세가 1조 4천억 원 줄어든 2023년 이후에도 경기도는 교부단체로 전환되지 않았다. 그사이 불교부단체라는 이유로 받지 못하는 보통교부세, 2026년 사실상 일몰되는 분권교부세 보전분(2016년 2,714억 원 → 2026년 11억 원), 55.5% 급증한 국고보조사업 지방비 부담(2조 5,219억 원)이 경기도 살림을 옥죄고 있다.
다만 경기도 역시 자성이 필요한 대목은 있다. 2022년 본예산은 전년도 부동산 호황기의 징수 실적(16조 8천억 원)을 근거로 역대 최대 징수목표(17조 1,446억 원)를 편성했다. 하강 국면에서도 낙관적 세입 추계를 고수한 결과가 감액 추경의 출발점이었다. 세입 예측의 보수성은 행정의 기본이다. 그 기본이 흔들렸을 때의 비용은 도민이 부담한다.
경기도 재정 문제는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세 75 대 지방세 25라는 뒤틀린 세입 구조, 거래량에 연동된 취득세 중심의 지방세 체계, 대도시 행정수요를 반영하지 못하는 교부세 산정 방식 — 이 세 가지 구조적 결함이 맞물린 결과다. 경기도 재정브리프는 지방소비세율 인상(현행 25.3% → 40.3%), 기준재정수요 단위비용 현실화, 취득세 급감 시 정산 반영 기간 단축 등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예산서 숫자가 아니라 제도 설계의 문제다. 42조를 쓰면서도 항상 돈이 없는 역설이 계속된다면, 그것은 경기도의 무능이 아니라 대한민국 지방재정 시스템이 1,400만 명을 품은 광역단체의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다. 그 신호를 얼마나 더 무시할 수 있을지가 이제 진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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